건강 칼럼

새로운 성분의 경구피임약, 더 안전한 성분이라고 하던데요? 혈전위험 낮은 피임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피임약 성분마다 혈전 위험이 다른 이유와 프로게스틴 세대별 차이, 새 성분 연구 흐름을 산부인과 전문의가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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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성분의 경구피임약, 더 안전한 성분이라고 하던데요? 혈전위험 낮은 피임약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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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피임약 상담을 하다 보면 "혈전"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칫하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인터넷에 "피임약 혈전"을 검색하면 무서운 이야기가 먼저 보이니, 약을 시작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안고 오시는 거죠. 그런데 같은 "경구피임약"이라도 안에 들어 있는 성분에 따라 혈전(정맥혈전색전증, VTE) 위험은 조금씩 다릅니다. 특히 황체호르몬 역할을 하는 프로게스틴이 어느 세대냐에 따라 보고되는 위험 수준이 갈립니다. 오늘은 성분별로 혈전 위험이 왜 달라지는지, 그리고 위험을 낮게 설계하려는 새로운 성분 연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피임약과 혈전, 먼저 균형 잡힌 시선부터

혈전은 분명 신경 써야 할 부작용이지만, 절대적인 빈도 자체는 낮은 편입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 2016)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복합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의 정맥혈전 위험은 임신하지 않은 비복용자보다는 높아지지만, 임신 자체나 출산 직후 기간에 비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원장으로서 환자분께 자주 드리는 비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임신한 분을 보면서 "혈전 생길까 봐 임신을 말리자"고 하지 않습니다. 임신과 출산 직후가 피임약보다 혈전 위험이 더 높게 보고되는데도요. 그만큼 피임약의 혈전 위험은 "관리하면서 함께 가는" 영역이지, 무조건 피해야 할 금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핵심은 "위험이 0이냐"가 아니라 "내 몸 상태에서 이득과 위험의 균형이 어떠냐"입니다. 기저질환과 흡연 여부, 가족력에 따라 그 균형이 달라지므로 처방 전 상담이 중요합니다.

다만 통계가 어떻든 "약 자체에 그런 위험이 있다는 점이 찜찜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성분이 위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혈전 위험을 만드는 두 축,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복합경구피임약은 보통 에스트로겐 한 종류와 프로게스틴 한 종류를 섞어 만듭니다. 혈전 위험을 이해하려면 이 두 성분이 응고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봐야 합니다.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응고 인자 합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전통적인 피임약에 들어가는 합성 에스트로겐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EE)은 이 효과가 비교적 강합니다. 반면 프로게스틴은 종류에 따라 이 응고 변화를 일부 상쇄하기도, 덜 상쇄하기도 합니다.

프론티어스 인 엔도크리놀로지(Frontiers in Endocrinology, 2021)에 정리된 기전을 보면, 안드로겐 활성이 강한 레보노르게스트렐 계열은 에스트로겐이 만든 응고 변화를 상대적으로 더 잘 상쇄합니다. 반대로 안드로겐 활성이 약하거나 항안드로겐 성격을 띠는 프로게스틴은 그 상쇄 효과가 약해, 결과적으로 혈전 인자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같은 "피임약"이라도 성분 조합에 따라 위험이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프로게스틴 세대 구분, 한눈에 보기

프로게스틴은 개발된 시기와 화학 구조에 따라 흔히 세대로 나눕니다. 세대 구분은 "더 새것이 더 좋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등장 순서와 성격의 차이를 가리키는 분류입니다.

세대대표 성분성격 메모
1세대노르에티스테론초기 프로게스틴
2세대레보노르게스트렐안드로겐 활성 강함
3세대데소게스트렐, 게스토덴, 노르게스티메이트안드로겐 활성 약화
4세대·신규드로스피레논, 디에노게스트 등항안드로겐 성격

진료실에서 보면 환자분들이 "몇 세대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으시는데,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입니다. 여드름이나 피지 같은 안드로겐 관련 고민에는 항안드로겐 성격의 신규 프로게스틴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혈전 측면만 보면 2세대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게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기준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함께 놓고 고르게 됩니다.

세대별 혈전 위험, 무엇이 보고되었나

핵심 결론부터 말하면, 3세대·4세대 프로게스틴은 2세대 레보노르게스트렐에 비해 정맥혈전 위험이 다소 높게 보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 성·생식보건학회(FSRH, 2023) 복합호르몬피임 가이드라인과 여러 메타분석이 이 방향을 일관되게 지적합니다.

구체적인 퍼센트보다는 "방향"에 주목하는 편이 좋습니다. 데소게스트렐, 게스토덴, 드로스피레논, 사이프로테론 같은 성분을 쓴 피임약은 레보노르게스트렐을 쓴 피임약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험이 보고되었습니다(2018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 비교"이며, 앞서 말했듯 전체적인 절대 위험 자체는 낮은 범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이드라인이 처음 피임약을 시작하는 분께는 레보노르게스트렐 함유 제품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하는 흐름을 보입니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된다는 점, 그리고 오래 사용되어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성분이 "위험한 약"이라는 뜻은 아니고, 적응증과 개인 상태에 맞춰 선택지가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피임약을 시작하기 전에 본인 위험 요인이 궁금하시다면 채팅으로 피임약 상담 문의하기로 가볍게 여쭤보셔도 좋습니다. 고혈압처럼 동반 질환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이 적절한지는 고혈압이 있을 때 경구피임약 선택을 다룬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에스트로겐 종류도 위험을 바꿉니다

원글에서 소개했던 새로운 성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혈전 위험은 프로게스틴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쓰는 에스트로겐이 무엇이냐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오랫동안 표준으로 쓰인 합성 에스트로겐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은 간의 응고 인자 합성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큽니다. 그래서 "같은 프로게스틴이라도 에스트로겐을 바꾸면 혈전 프로필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자연형 에스트로겐 계열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그 흐름의 하나가 원글에서 다룬 에스테트롤(Estetrol, E4)입니다. E4는 임신 중 태아의 간에서 만들어져 산모 혈액에서 발견되는 자연형 여성호르몬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궁·질 등에는 작용하면서도 간·유방 같은 조직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주는 선택적 성격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응고 인자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혈전 위험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연구 단계에서 제기되었습니다.

에스테트롤과 드로스피레논 조합, 최근 연구는

원글을 쓰던 시점에는 "연구 중"이던 에스테트롤·드로스피레논(E4/DRSP) 복합제는 이후 임상 데이터가 더 쌓였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더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게 보고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유럽·러시아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BJOG, 2022)에서 E4/DRSP 복합제는 피임 효과와 출혈 양상 측면에서 양호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응고·섬유소용해 지표를 본 비교 연구(2024)에서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기반 제품에 비해 E4/DRSP가 응고 시스템을 상대적으로 덜 자극하는 방향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즉 자연형 에스트로겐을 쓴 조합이 합성 에스트로겐 조합보다 응고 인자에 미치는 영향이 작게 평가된 셈입니다.

  • 피임 효과와 생리주기 조절 능력은 기존 제품과 비슷하거나 양호하게 보고
  • 응고 인자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방향으로 평가
  • 유방 조직·중성지방·당 대사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

물론 새로운 성분은 오래 쓰인 성분보다 누적 데이터가 적습니다. 그래서 "위험이 없다"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위험이 낮게 보고되는 경향이 있고, 장기 데이터가 계속 쌓이는 중"이라고 이해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떤 성분이 본인에게 맞는지는 진료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피임약은 어떻게 고를까

결국 성분 선택은 혈전 위험 하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함께 봅니다.

임상 경험상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위험 요인입니다. 흡연, 35세 이상, 비만, 고혈압, 혈전 가족력, 편두통 동반 여부 등은 에스트로겐 함유 피임약 선택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이런 요인이 있다면 에스트로겐이 들어가지 않은 프로게스틴 단일제나 자궁내장치(미레나) 같은 다른 선택지를 검토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복용 목적입니다. 단순 피임인지, 생리통·생리불순·여드름 조절을 함께 원하는지에 따라 적합한 성분이 달라집니다. 어떤 피임 방법들이 있는지 큰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피임 방법의 종류를 정리한 글을 먼저 보셔도 좋고, 사후 상황이라면 응급피임약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법도 참고가 됩니다.

무엇보다 "새 성분이니까 무조건 좋다" 혹은 "혈전이 무서우니 무조건 피한다"는 단정은 권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에게도 시기와 건강 상태에 따라 정답이 바뀝니다. 본인 상황에 맞는 선택이 궁금하시면 피임약 성분 상담 받아보기 버튼으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비용은 상담 후 안내해 드립니다.

오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같은 피임약이라도 프로게스틴 세대와 에스트로겐 종류에 따라 혈전 위험이 다르게 보고되며, 위험을 낮게 설계하려는 새로운 성분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떤 약도 위험이 0은 아니므로, 본인 위험 요인을 점검한 뒤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글쓴이: 이동희 대표원장 · 산부인과 전문의 · 의료진 소개 보기

최초 발행 2023년 12월 23일 · 마지막 검토 2026년 5월 30일

참고 자료: FSRH 복합호르몬피임 가이드라인 (2023), ASRM 복합호르몬피임과 정맥혈전 가이드라인 (2016), Frontiers in Endocrinology 복합경구피임약과 정맥혈전 리뷰 (2021), International Journal of Gynecology & Obstetrics 복합경구피임 혈전 메타분석 (2018), BJOG 에스테트롤-드로스피레논 임상연구 (2022)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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