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진료실 문을 열면 사후피임 상담이 유난히 많습니다. "잠자리는 토요일이었는데 주말에 문 연 곳이 없어서 못 왔어요, 며칠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효과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거의 빠지지 않죠. 사후피임은 한마디로 시간 싸움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관계 후 몇 시간이 지났는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법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응급피임의 기본 원리보다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 시점별로 무엇을 고르는 것이 가장 똑똑한지에 초점을 맞춰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후피임약은 왜 시간이 핵심일까요
사후피임약의 주된 작동 방식은 배란을 늦추거나 막는 것입니다. 이미 진행 중인 배란을 따라잡아 늦춰야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시점을 어긋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이 빠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영국 성·생식보건학회 FSRH 2017 지침과 미국 산부인과학회 ACOG 2015 자료는 공통적으로 경구 응급피임제가 배란 이후에 복용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진료실에서 보면 "이미 며칠 지났으니 소용없겠죠"라며 지레 포기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법에 따라 유효 시간 창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꽤 지났더라도 선택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마지막 성관계 시점입니다.
사후피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약 이름이 아니라 "마지막 관계가 몇 시간 전이었나"입니다. 이 한 가지가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를 거의 결정합니다.
세 가지 선택지의 기본 차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응급피임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장 흔히 처방되는 두 가지 먹는 약과, 자궁 안에 넣는 구리 장치입니다. 각각 유효 시간과 특징이 다릅니다.
| 방법 | 복용/시술 | 권장 시간 창 | 특징 |
|---|---|---|---|
| 레보노르게스트렐 LNG 1.5mg | 한 번 복용 | 가능하면 72시간 이내 | 가장 익숙한 먹는 약, 늦을수록 효과 감소 |
|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UPA 30mg | 한 번 복용 | 최대 120시간 | 배란 임박 시점에도 작용 여지, 처방 필요 |
| 구리 자궁내장치 | 자궁 내 삽입 | 최대 120시간 | 가장 효과적으로 보고, 장기 피임까지 이어짐 |
FSRH 2017 지침은 두 경구약 모두 한 번만 복용하면 되며, 두 약을 섞어 먹거나 용량을 늘린다고 효과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분명히 합니다. 진료실에서도 "한 알 더 먹으면 안전하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정해진 한 가지를 한 번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시점별로 어떻게 선택할까요
이제 실제로 시간 경과에 따라 무엇이 합리적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이며,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72시간 이내: 레보노르게스트렐이 가장 익숙한 선택입니다. 다만 빠를수록 좋으므로 미루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 72에서 120시간: 레보노르게스트렐은 시간이 갈수록 근거가 약해집니다. FSRH 2017은 96시간을 넘긴 경우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울리프리스탈이나 구리 장치를 권합니다.
- 5일 가까이 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원할 때: 구리 자궁내장치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되며, WHO도 권고하는 방법입니다.
울리프리스탈은 황체형성호르몬 LH 분비가 시작된 배란 임박 시점에도 배란을 늦출 여지가 있다고 ACOG 2015가 설명합니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이 더 이상 듣기 어려운 시점에도 선택지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약이 맞는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시점에 맞는 방법 빠르게 상담받기
5일이 지났다면 구리 자궁내장치
관계 후 5일, 즉 120시간 이내라면 구리 자궁내장치 삽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ACOG 2015와 WHO 자료는 구리 장치가 의학적으로 적합한 경우 가장 효과적인 응급피임 방법이라고 설명하며, 일부 연구에서는 더 늦은 시점에 삽입한 사례도 보고됩니다. 게다가 삽입 후에는 그대로 장기 피임으로 이어 갈 수 있어, 다음 피임까지 한 번에 정리하고 싶은 분께 특히 도움이 됩니다.
먹는 약이 부담스럽거나, 시간이 많이 지나 경구약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구리 장치는 든든한 대안이 됩니다. 평소 피임 방법을 다시 점검하고 싶다면 임신과 피임 클리닉이나 피임 방법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체중과 복용 중인 약을 꼭 알려주세요
같은 시점이라도 몸 상태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이 달라집니다. 대표적으로 체중과 약물 상호작용이 그렇습니다.
체중이 높은 경우 레보노르게스트렐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ACOG 2015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에서 두 경구약 모두 실패율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구리 자궁내장치의 효과는 체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리합니다. 이런 경우 울리프리스탈이나 구리 장치를 우선 고려하게 됩니다.
리팜핀, 카바마제핀처럼 약효를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 중이라면 경구 응급피임제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어, 구리 자궁내장치를 먼저 고려합니다. 또 한 가지 진료실에서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울리프리스탈은 복용 전 7일 또는 복용 후 5일 사이에 다른 황체호르몬 성분을 쓰면 효과가 줄 수 있어, FSRH는 울리프리스탈 복용 후 호르몬 피임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5일을 기다리도록 권합니다.
복용 후 챙겨야 할 것들
약을 먹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몇 가지 상황은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복용 후 3시간 이내에 구토를 하면 약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효과가 없을 수 있으므로, 같은 약을 즉시 다시 복용합니다. 구역감이 심한 분께는 항구토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합니다. 또한 응급피임 이후의 생리는 평소보다 빠르거나 늦어질 수 있고, 예정일에서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유 중이신 분도 걱정이 많으십니다. 과거에는 사후피임약 복용 후 소량이 모유에서 검출될 수 있어 2일에서 7일간 수유 중단을 권하기도 했지만, 최신 FSRH 2025 자료에서는 울리프리스탈을 한 번 복용한 뒤 수유를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리합니다. 다만 산후 시점, 체중, 기저질환, 다음 피임 계획 같은 개인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니 수유 중 응급 사후피임약 복용 내용을 함께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사후피임약은 임신중절약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이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후피임약은 임신중절약이 아닙니다. 주된 작동 방식이 배란을 늦추거나 억제하는 것이어서, 이미 성립된 임신을 중단하는 약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점이 중요하고, 이미 배란과 수정이 끝난 뒤라면 경구약으로는 막기 어려운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사후피임약은 어디까지나 응급 상황을 위한 것이지 평소 피임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임상 경험상 사후피임을 반복하시는 분일수록 평소 피임 계획을 새로 세우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피임 방법 고민이 반복된다면 이번 기회에 나에게 맞는 방법을 함께 설계해 보시길 권합니다.
사후피임은 시간 싸움이지만, 시간이 좀 지났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관계 시점과 몸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시면, 그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 맞는 사후피임 방법 상담하기
글쓴이: 이동희 대표원장 · 산부인과 전문의 · 의료진 소개 보기
최초 발행 2025년 11월 26일 · 마지막 검토 2026년 5월 30일
참고 자료: FSRH Guideline Emergency Contraception (2017, amended 2025), ACOG Practice Bulletin Emergency Contraception (2015), WHO Emergency Contraception (2021)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