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11-12 제주 여행중.
가끔은 익숙한 것들을 활자로 표현할 때,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평범해지기도 특별해 지기도 한다. 김영하의 문체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이게 한다. 영상에서 김영하를 알고 난뒤라 그런지 김영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다.
첫페이지 부터 그의 일화로 시작하는데,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채로 읽기 시작한 터라 뭐지 이건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궁금해 하면서 책을 놓칠 수가 없었다. 흡입력이 좋다.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읽게 된책인데 재밋어서 슥슥 읽었다.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여행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 그래서 가족간의 뿌리 깊은 살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 한다.
호텔에서는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이전 투숙객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전날 남겼떤 생활의 흔적도 지워지거나 살짝 달라진다.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 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욱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을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떄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가 여행을 바라 보는 관점 또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한번쯤 읽어 보면 좋은 책. 특히 여행하면서 읽어보면 좋은책.
4.5/5